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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칩 작가 분석노트
김종학 (Art & Collector 2011년 5-6월호) 2011-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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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칩 작가 분석노트
- 김종학(金宗學, 1937- )

 

설악산 작가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인기 원로화가 김종학 화백의 회고전이 과천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그동안 화랑가나 옥션, 경매 같은 미술시장에서 익숙하게 보아 온 그의 작품들이 권위적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는 사실 자체가 이슈이며, 순수하게 그의 작품성을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사실 화랑이 선호하는 작가와 미술관이 선호하는 작가는 일치하지 않는다. 화랑은 작품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컬렉터들의 눈치를 봐야하지만, 미술관은 작품을 팔지 않기 때문에 순수하게 작품성을 기준으로 작가를 선정한다. 대중성도 있고 작품성도 있으면 금상첨화이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것이 일치하지 않아 미술관용 작가들은 고생하다 뒤늦게 빛을 보는 경우가 많다. 최근 몇 년간 블루칩 작가로 급부상하면서 대중성을 확보한 김종학 화백의 이번 회고전은 사후 그의 작품의 가치변동을 예측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1. 미술사적 가치 ★★★

김종학의 작가로서의 출발은 1960년대 앵포르멜 미술이다. 그는 정창섭, 박서보, 윤형근 같은 선배 작가들의 뒤를 이어 윤명로, 김봉태 등의 동료 작가들과 전위적인 현대미술 운동에 앞장섰다. 이 운동에 참가했던 대부분의 작가들이 기하추상을 거쳐 1970년대 모노크롬 미술로 나아가며 일관되게 추상미술을 고집한 것과 달리, 김종학은 1980년을 전후하여 설악산을 소재로한 구상화로 전환한다. 이 시기 그는 나무와 꽃, 흐르는 냇물이나 태양, 나비와 새, 풀벌레 같은 설악의 자연에서 얻은 모티브를 심상에서 즉흥적으로 재구성하여 생동하는 빠른 필력으로 표현하였다. 이처럼 화려하게 변신한 꽃그림은 추상 운동을 같이 한 선배나 동료 작가들에게 일종의 타락한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했지만, 유럽이나 미국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앵포르멜 미술을 추종하기 보다는 그는 자신의 길을 찾아갔다. 그는 현대미술의 거창한 담론보다 자기 안에서 이루어지는 진솔한 감정을 존중하고, 인간 본연의 순수하고 자유로운 상태를 추구했다. 서양미술사의 맥락으로 보면 꿈틀거리는 자연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포착한 고호와 이성보다 영혼의 자발성을 중시한 칸딘스키 사이에 있는 표현주의라고 할 수 있다. 한국미술사적 맥락에서 보면 자연의 사계절의 특성을 문기있게 표현한 진경산수나 실경산수화의 전통과 닿아 있다. 즉 그의 작품은 인간의 감정을 중시한 서구의 표현주의와 자연을 중시한 한국의 실경산수를 독자적으로 통합했다는 점에서 당위성이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이러한 양식이 좀 더 이른 시기에 나왔더라면 한국적 표현주의로서 미술사적 가치가 증폭되었을 것이다. 표현주의의 혈통 내부에서 보다 현대적으로 담론적인 차별화가 필요해 보인다.

 
2. 의미론적 가치 ★★★★

30년간 설악산에 거주하고 있는 그의 삶은 고갱과 유사하다. 고갱이 파리의 도시생활이 싫어 원주민들이 사는 타이티에 들어간 것처럼 김종학은 부인에게 이혼을 당한 후 좌절 끝에 도피하다시피 서울을 떠나 설악산으로 들어갔다. 실의에 빠져 맹수처럼 설악산을 돌아다니고 절벽에서 생을 접을까 하는 충동이 일었지만, 그때 주변에 무심히 피어있는 할미꽃을 바라보며 그는 마음을 되잡았다. 그 곱고 아름다운 꽃망울은 거친 야생에서 세찬 비바람에 흔들리면서도 줄기를 곧게 세우고 핀 것이 아닌가. 식물도 환경의 시련을 겪지만 인간처럼 자기식으로 판단하고 자책하여 깊은 감정의 나락으로 빠지지는 않는다. 한국 예술은 전통적으로 자연의 섭리에 의존함으로써 인생의 난관과 좌절을 승화시키고자 했다. 심청전처럼 극적인 좌절과 한()의 상황이 설정되고, 자의식이 제로가 되는 진공상태에서 한의 응어리를 액화시켜 카타르시스를 유발한다. 김종학이 젊은 나이에 겪은 삶의 상처와 애환은 이처럼 자연을 만나 치유되었고,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 설악의 무성한 나무와 폭포, 꽃들은 삶의 모진 바람을 신바람으로 변모시켰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외양적으로는 화려하지만 인간적 좌절을 자연의 리듬으로 승화시킨 한()의 미학이고, 거기에서 만나게 되는 자연의 음악적 리듬과 만물의 조화를 노래한 것이다. 잭슨 폴록이 술에 취하여 미친 듯이 그림을 그렸다면, 김종학은 자연에 취하여 신내림을 받은 샤먼처럼 그린다. 그의 작품에서 자유분방한 취기가 느껴지는 것은 자연과 하나되는 문인화적 매력이다.

 
3.소장가치 ★★★☆

김종학의 작품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끄는 요인은 세련되고 화려한 색채와 더불어 한국인의 감성을 자극하는 순박성과 동물적 감각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주제는 동양화이지만 유채와 아크릴로 그려져 현대화된 건물에도 잘 어울린다. 그의 전형적인 양식은 1980년대 들어 발화되어 90년대 중반에 전성기에 도달했다고 본다. 시기적으로 2000년을 전후하여 양식적 변모와 매체의 확장을 시도할 때였다고 보이는데, 타이밍을 놓친 것 같다. 하지만 청전 이상범의 경우도 그렇지만, 자연의 취하여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은 지루함을 덜 느끼기 때문에 화풍의 변화도 적은 편이다. 대중적 인지도와 작품의 수는 어느 정도 확보 되었으나 화풍의 변화가 적고 매체의 확장력이 적은 점은 약점이다. 또 미학적 자리매김을 위해서 문인화나 민화, 혹은 본인이 전문적으로 수집했던 목기 같은 전통예술과의 관계에 대한 전문가들의 연구가 나와야한다. 미술사적 선구성에서는 약점이 있지만, 한국적인 정체성에 대해서는 더 연구할 가치가 있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작품은 사계 중에서는 녹색 배경의 화려한 여름풍경이 인기가 많고, 고졸한 문기가 느껴지는 겨울은 저렴하게 거래되는 경향이 있다.


<최광진/미술평론가>
(Art & Collector 2011년 5-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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